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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켠에 있는 보리수나무

by mond_der_stern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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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있는 보리수 나무

마당에는 나무 몇그루가 있다. 그중에 열매 맺는 나무들 중에는 미니사과나무, 블랙체리나무, 보리수나무가 있고 옆 작은 텃밭에 시댁에서 주신 작은 감나무가 있다. 처음 여기로 이사 왔을 당시에는 잔디 외 다른 식물들을 심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여백의 미가 되어야 예쁘다고 느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2년 정도 그렇게 지내다 보니 꽃과 나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이아빠도 그즈음부터 꽃이 눈에 들어온다며 꽃나무를 하나둘씩 직접 심었다.

 

6월인 요즘 보리수나무 열매가 한창이라 거실에서도 자주 눈이 가는데 작은 붉은색 열매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석이 달려있는 것 같기도 하고 꽃이 피어있는 것 같다. 꽃이 지고도 또 볼 수 있는 열매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매가 가득 달려 우산처럼 휘어지는 나뭇가지조차 예뻐 보인다. 열매가 달리기 전 피는 하얀색 꽃도 벚꽃 못지않게 너무나 예쁘다. 2년 전에 딸아이 친구집에 갔다가 보리수나무를 보고 아이아빠에게 보리수나무 이야기를 했는데 잊지 않고 마당에 심어주었다. 내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의미부여를 하여 더 애지중지하게 되는 나무 중 하나가 되었다. 이번에 딸아이 친구 엄마를 통해서 왕보리수나무가 있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열매보다 3~4배는 알이 큰것 같다. 지금의 보리수 나무도 물론 좋지만 진작에 알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나무를 키워보니 첫해보다는 다음해에 달리는 열매가 더 실하고 많이 열리는 것 같다.

 

책이나 매체에서도 알지 못했던 것들은 지인분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혼자서 하는것을 좋아해 약속을 잘 않만드는 편인데 세월이 흐를수록 주변과의 소통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지식들이 쌓이고 많지 않은 지식들이라도 아이들에게 주저리주저리 말해주곤 한다. 제자리걸음이 아닌 천천히라도 알아가며 나아가는 걸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 신성시하는 나무라는 글을 보았다. 이 나무의 이름이 깨달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는 석가모니처럼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지만 보리수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에 예쁨을 가득 담고 있다. 오랫동안 예쁜 기억을 하는 할머니가 되어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MBTI가 극 F인 것 같다. 어딘가 치우치기보다는 중간이 좋은데 말이다. 보리수나무는 토양이 좋지 못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도 잘 된다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기특한 나무다. 나무도 이렇듯 우리도 힘든 상황이 와도 그 상황에 잘 대처하고 적응하면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 때도 많지만 말이다.

 

열매의 겉표면은 매끄럽지는 않고 맛은 시큼한 맛도 나고 떫은맛도 느껴진다. 잘 익은 보리수는 떫은맛 안 난다고 한다. 새들이 열매를 먹으러 열심히 오가고 있는데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매를 생으로 먹어도 되고 말려서 차로 먹기도 한다. 또 잼을 만들어 먹어도 되고 청이나 술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우리는 잼을 만들어 먹는 걸 선택했다. 작년에 아이아빠가 잼을 만들어서 갓 구운 식빵에 발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얼마 걸리지 않아 보리수잼은 빠르게 사라졌다. 나보다 아이아빠가 보리수잼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열매를 따서 잼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이아빠가 바빠져서 내가 해야 하는데 언제 시작하나 싶다. 마음을 먹었으니 실천만 하면된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외식을 줄여보려고  반찬도 3~4개가 유지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사실 쉽지가 않다. 다른 가정에서도 나와 같은 상황이겠지만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현실에 힘듦과 성취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해놓고 나면 성취감이 더 크니까 이렇게 매일 살아가나 보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잘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면 힘이 안 날 수가 없다. 특히 큰아이가 먹고 싶은 것도 잘 말해줘서 메뉴 고르기가 편하다.

보리수열매는 기관지염, 천식, 피로해소에 좋다고 하니 한 번쯤 맛있는 잼을 만들어 먹으면 좋을 거 같다. 단 과다섭취 시 변비가 생길 수 있으니 좋은 거라도 적당히 먹어야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잼 만드는 방법은 씨를 제거한 보리수와 설탕을 1:1 비율로 하여 잘 저어가며 졸여주면 된다. 씨를 제거하는 방법은 보리수를 끓인 다음 체망을 놓고 수저 등 으깨기 편한 것으로 으깨주면 씨를 분리할 수 있다. 씨를 분리한 다음 설탕을 보리수와 1:1로 넣어주면 된다. 새로운 맛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